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침상 옆 벽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석션 라인이 연결되어 있다. 이동형 기계보다 벽에 고정된 형태가 더 흔한 이유는 분명하다. 석션은 필요할 때 가져오는 장비가 아니라, 언제든 즉시 사용 가능해야 하는 생명 유지 장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식 저하와 기도 반사 소실이 흔한 뇌손상 환자에게 석션은 단순한 간호 도구가 아니라 기도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15년차 ICU 간호사로서 현장에서 반복해서 경험해 온 상황을 바탕으로, 왜 석션 기계가 항상 침상 위에 있어야 하며, 왜 이동형이 아닌 벽 부착형이 기본이 되는지 그 이유를 사실 중심으로 정리한다.
석션은 ‘준비된 상태’여야 의미가 있다
석션을 가래 제거용 장비로만 이해하면, 굳이 침상 옆에 상시 배치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필요할 때 가져와 사용하면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석션은 “필요해질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필요해질 수 있음”을 전제로 존재한다.
뇌손상 환자는 의식 저하로 인해 스스로 기도를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침 반사와 연하 반사가 약해져 있고, 침이나 분비물이 조금만 늘어나도 기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이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몇 초의 지연이 저산소증으로 이어지고, 그 저산소증은 다시 뇌손상을 악화시킨다.
그래서 석션은 요청해서 가져오는 장비가 아니라, 손을 뻗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을 가장 안정적으로 충족하는 방식이 벽 부착형 석션이다.
왜 이동형이 아니라 벽에 붙어 있을까
중환자실에서 석션이 벽에 붙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속도와 신뢰성이다. 벽 부착형 석션은 전원이 이미 연결되어 있고, 흡인 압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스위치를 켜는 즉시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나 기계 고장 같은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동형 석션 기계는 공간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중환자실 침상 옆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 충전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위치를 옮기는 동안 시간이 소요된다. 기도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에는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지연이 된다.
특히 인공호흡기 환자의 경우, 분비물로 인해 기도가 막히는 상황은 예고 없이 발생한다. 이때 석션이 즉시 연결되지 않으면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인공호흡기 압력 알람이 울리며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된다. 벽에 고정된 석션은 이런 순간을 대비한 구조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안정성이다. 벽 석션은 흡인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과도한 음압이나 불충분한 흡인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기도 점막 손상과도 직결된다. 석션은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압력으로 정확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경외과 ICU에서는 구강 석션과 기관 석션이 모두 자주 필요하다. 의식이 저하된 환자는 침을 삼키지 못해 구강 내 분비물이 빠르게 쌓이고, 이 분비물이 기도로 넘어가기 직전 단계에서 석션이 필요해진다. 이때 석션 라인이 눈앞에 있어야 예방이 가능하다.
15년 동안 근무하며 분명히 느낀 점은, 석션이 제자리에 있을수록 위급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정리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석션이 멀리 있을수록, 상황은 늘 한 박자 늦게 대응된다.
벽에 붙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석션 기계가 침상 옆 벽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단순한 공간 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도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하는 순간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석션은 가래를 빼는 장비가 아니라, 기도를 지키는 안전장치다. 그리고 안전장치는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물건이 아니라, 항상 제자리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벽 석션은 그 준비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식이다.
결국 석션 기계가 항상 침상 옆, 그것도 벽에 붙어 있는 이유는 하나다. 기도 문제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ICU에서 석션의 위치는 사용 빈도가 아니라, 위험 인식의 깊이를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