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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알람은 왜 항상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을까

허니봉보로봉 2026. 1. 18. 23:50

모니터 알람은 왜 항상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을까
모니터 알람은 왜 항상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을까

 

중환자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수많은 기계음이다. 심전도 모니터, 산소포화도, 혈압, 인공호흡기, CRRT, 에크모등 여러가지 기계들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은 보호자에게 불안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알람들은 단순한 경고음이 아니라, 뇌손상 환자의 상태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기 위한 핵심 안전 장치다. 특히 신경외과 ICU에서는 임상 증상이 눈에 보이기 전에 수치가 먼저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람은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치료의 시작 신호’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15년 차 신경외과 ICU 간호사로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왜 모니터 알람이 항상 켜져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알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실 중심으로 정리한다.

알람은 불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중환자실 알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알람이 너무 자주 울리는 것 아니냐”고. 실제로 ICU에서는 알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잦은 알람은 기계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반영한 결과다.

신경외과 중환자실 환자는 의식 저하, 자율신경계 불안정, 약물 조절, 뇌압 변화 등으로 인해 생체신호가 쉽게 흔들린다. 이 변화는 눈으로 보기 전에 숫자로 먼저 나타난다. 알람은 그 숫자의 변화가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가장 빠른 신호다.

그래서 알람은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임상 판단 시간을 앞당기기 위한 구조다. 조용한 중환자실은 안정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알람이 가장 먼저 잡아내는 것은 ‘전조’다

신경외과 ICU에서 알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기 직전의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다. 혈압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거나, 심박수가 서서히 빨라지거나, 산소포화도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이 바로 알람이 울리는 지점이다.

이 시점에서는 환자가 겉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은 변화가 누적되면, 어느 순간 급격한 악화로 이어진다. 알람은 이 누적을 끊기 위한 개입 시점을 알려준다. 그래서 알람은 ‘지금 당장 위험하다’보다 ‘지금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특히 뇌손상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저산소증과 저혈압의 조기 발견이다. 산소포화도나 평균동맥압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뇌관류는 즉각 영향을 받는다. 알람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알람이 개별 수치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같은 수치라도 이전 흐름과 다를 때 알람이 울린다. 이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경향’을 보게 만드는 장치다.

15년 동안 근무하며 느낀 점은 분명하다. 큰 사고는 대부분 알람이 울렸을 때 그 의미를 가볍게 넘긴 뒤 발생한다. 반대로 알람을 일찍 확인하면, 많은 문제는 조용히 해결된다.

 

왜 알람을 꺼두지 않는가

알람이 잦다는 이유로 알람을 꺼두고 싶은 유혹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알람을 끈다는 것은, 눈을 떼고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환자 상태는 계속 변하고 있고, 그 변화를 사람이 계속해서 직접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알람은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한다. 간호사와 의료진은 동시에 여러 환자를 관리하고, 여러 처치를 수행한다. 이때 알람은 주의를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물론 모든 알람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에서는 알람 기준을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정한다. 필요 없는 알람은 줄이고, 중요한 알람은 더 민감하게 설정한다. 하지만 ‘알람 자체를 끈다’는 선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알람은 마지막까지 남겨두는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알람은 소음이 아니라 시간이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모니터 알람이 항상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알람은 환자의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뇌손상 환자에게 시간은 곧 예후다. 몇 분, 몇 초의 차이가 회복 가능성과 직결된다. 알람은 이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결국 모니터 알람은 불안의 상징이 아니다. 이는 신경외과 ICU가 환자의 불안정성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에 대비하고 있다는 증거다. 조용하지 않아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소리가 나서 안전한 공간. 그것이 중환자실이고, 알람은 그 중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