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ventilator는 왜 항상 침상 옆에 연결되어 있을까

허니봉보로봉 2026. 1. 18. 22:30

ventilator는 왜 항상 침상 옆에 연결되어 있을까
ventilator는 왜 항상 침상 옆에 연결되어 있을까

 

신경외과 중환자실 침상 옆에는 언제나 인공호흡기가 연결되어 있거나, 최소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숨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환자에게까지 인공호흡기가 준비되어 있는 모습은 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뇌손상 환자에게 호흡은 자율적으로 유지되는 기능이 아니라, 언제든 붕괴될 수 있는 변수에 가깝다. 인공호흡기는 ‘숨을 대신 쉬어주는 기계’ 이전에, 호흡이 무너지는 순간을 대비한 안전 장치다. 이 글에서는 15년 차 신경외과 ICU 간호사로서 현장에서 반복해서 확인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왜 인공호흡기가 항상 켜진 상태로 침상 옆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지, 그 임상적 의미를 사실 중심으로 정리한다.

호흡은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불안정하다

호흡은 생명 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숨만 쉬고 있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는 이 전제가 쉽게 무너진다. 뇌손상 환자는 호흡을 조절하는 중추 자체가 손상되었거나, 의식 저하로 인해 호흡을 유지할 의지가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특히 뇌출혈, 외상성 뇌손상, 뇌부종이 있는 환자는 호흡 패턴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한다. 갑자기 호흡이 느려지거나, 불규칙해지거나, 순간적으로 멈추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변화는 경고 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신경외과 ICU에서는 호흡을 ‘유지되고 있는 기능’이 아니라 ‘항상 감시하고 대비해야 할 변수’로 본다.

인공호흡기가 항상 켜진 채로 대기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 숨을 쉬고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숨이 무너질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는 치료가 아니라 대비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한다고 해서 반드시 환자가 위중한 상태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인공호흡기는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적 장치로 사용된다. 뇌손상 환자는 호흡 기능이 경계선 위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고, 작은 자극이나 변화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정제나 진통제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호흡 억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인공호흡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뇌는 즉각적인 저산소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대로 인공호흡기가 즉시 연결 가능한 상태라면, 호흡 보조는 지연 없이 시작되고 저산소 구간은 최소화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도 보호다. 의식이 떨어진 환자는 혀가 기도를 막거나, 분비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가도 이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인공호흡기는 단순히 공기를 넣는 장비가 아니라, 기도를 확보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그래서 신경외과 ICU에서는 호흡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환자에게도 인공호흡기 준비가 유지된다.

인공호흡기가 켜진 채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회로가 준비되어 있고 설정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비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응 시간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다.

 

뇌손상 환자에게 호흡 지연이 남기는 결과

뇌는 산소 부족에 가장 취약한 장기다. 몇 분의 저산소 상태만으로도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미 손상된 뇌는 산소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신경외과 ICU에서는 호흡 문제가 ‘조금 지켜봐도 되는 문제’로 분류되지 않는다.

임상에서 반복해서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호흡이 잠시 불규칙해졌고, “조금만 더 보자”고 판단한 사이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 짧은 지연이 이후 신경학적 회복을 결정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공호흡기를 미리 준비해 두는 이유는 이런 판단의 공백을 없애기 위함이다.

또한 인공호흡기는 호흡수와 호흡량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뇌압 관리에도 영향을 준다. 과호흡이나 저호흡은 뇌혈류 변화를 유발하고, 이는 뇌압 상승이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호흡기는 이런 변수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15년 동안 근무하며 느낀 점은 분명하다. 인공호흡기가 준비되어 있어서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준비되지 않아 뒤늦게 연결한 순간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인공호흡기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기본 안전망이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가 항상 켜진 채로 대기하고 있는 이유는, 환자가 이미 위급해서가 아니다. 호흡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그 무너짐은 뇌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환자실은 최악의 순간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인공호흡기는 숨을 대신 쉬어주는 기계이기 이전에, 호흡 붕괴를 즉시 차단하는 안전망이다. 이 안전망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환자실 치료의 보수성과 현실성을 보여준다.

결국 인공호흡기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뇌는 숨이 막힌 뒤에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ICU에서 인공호흡기는 선택지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대비다.